강아지 오늘


 



 내 어릴 적 기억속의 우리집은 항상 주택이었다.

 그다지 넓지 않은 마당에 단촐한 방 두칸의 그런.

 그 넓지 않은 마당 한 켠엔 항상 은행 나무 한 그루와 

 달이 비치는 작은 우물 (쓰지 않는. 너무 오래되서 그냥 형태만 있는)

 그리고 강아지 몇 마리.


  어릴쩍 부터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내가. 

 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서점에 가던 내가 길 가 조그마한 라면 박스 속에

 옹기종기 모여있는 강아지 새끼들을 보고

 한참을 서 있더랬다. (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)

 강아지가 한 마리 삼천원.

 내 나이 일곱살에 새 생명이 삼천원일 수 있다는걸

 깨닫았을 때 적지않은 충격이였지만

 그 누군가가 내게 제안한 벼르던 책 한 권 혹은 강아지라는 제안에

 나는 그 여물지 못한 손으로 한참을 그 삼천원 짜리 눈망울의 등을  쓸어내리다

 결국 그 제 몸뚱아리 만한 따뜻한 것을 품었다더라.

 그리 시작된 나의 제국이던 마당엔 어느덧 왁자한 강아지들의 놀이터가 되었더라.

 그 삼천원 짜리 생명이 강아지들을 놨더랬지. 

 

 하지만 그 행복이 지금은 희미한 추억이더라.
 
 그냥 이 사진을 보니까 그 생각이 나더라.

 
 그때 그 삼천원 짜리 강아지 대신 곧장 서점으로 들어가

 책을 한 권 집어들고 나왔더라면.

 물론 그 책이 지금에까지 내 방 어드메에 꽂혀있겠지만, 

 과연

 이만큼 알싸한 맛을 내게 줄 수 있었을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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덧글

  • 초승달 2009/04/14 01:11 # 답글

    난 오일장, 이런 데서 강아지를 오천원에 파는 걸 보고 충격 받은 기억이 있는데 다들 엇비슷한 건가. 달랑 지폐 한 장으로 해결된다는 거에 어찌나 놀랬던지. 게다가 그렇게 종이 상자에 들어있는 애들이 다들 엄청 예쁘고 순하게 생겼잖아....
  • 향기나는것들 2009/04/14 20:40 #

    동감 한 표. 어찌 보면 믹스독이 순종보다 훨씬 이쁜 경우가 많더라고.

    지금은 그런 애들을 구해 줄 수있는 능력이 안되.. 그게 가끔은 슬프지
  • 반희아빠 2009/04/14 11:30 # 삭제 답글

    서재와 동물농장은 항상 우리 마음속에!
  • 향기나는것들 2009/04/14 20:40 #

    ㅋㅅㅋ 그래그래
  • 쭌이 2009/12/08 00:24 # 답글

    왜 강아지...고양이들을 돈주고 사는것에 충격을 받을까

    그전에

    뼝아리가 있었을텐데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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